2025.10.10 | 소방방재신문
기사 전체 보기: 연기 피어오른 뒤 10초… “영상 분석 기술로 화재 감지한다”
강남 래미안팰리스, AI 영상 화재감지 시스템 ‘파이어스카우트’ 도입
초기 감지 정확도 높인 AI 기술, 기존 CCTV 활용해 설치 비용 낮춰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생활지원센터 방재실 안. 모니터 화면 속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흰색 승용차 밑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초기 단계에 발생하는 ‘오프가스’를 모사한 상황.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과연 잡아낼 수 있을까”란 의구심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던 순간 방재실의 정적을 깨우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고 직원들의 눈은 모니터로 향했다. 지하주차장을 비추던 화면에는 연기 발생 지점에 정확히 붉은색 사각형이 나타났다.
동시에 모니터 옆 태블릿PC 화면에 ‘101동 B3층 기둥번호: 13번에서 화재 감지’란 팝업창이 떴다. 다른 모니터엔 현장 사진과 함께 화재 발생 위치와 시간, 감지 카메라 정보가 담긴 메시지가 전송됐다. 이 모든 과정은 단 10초 만에 이뤄졌다. 이어 토치로 실제 화염을 일으키자 시스템은 7초 만에 불꽃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렸다.
이날 기자가 찾은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생활지원센터에서는 (주)알체라(대표 황영규)의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분석 화재감지 시스템 ‘파이어스카우트’의 성능 시연회가 열렸다.
래미안대치팰리스는 17개 동, 1608세대가 거주하는 강남의 대표적인 대단지 아파트다. 준공 1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최고 주거 공간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전기차 화재는 이곳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아파트 안전을 총괄하는 김선재 생활지원센터장은 “화재 시 얼마나 빨리 인지하고 초동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일반 화재보다 대처가 까다로워 초기 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현상은 한번 시작되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기 쉽다. 고열로 인한 불길은 순식간에 번지고 열이 식기 전까진 완전 진화가 어렵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초기 감지가 필수다. 래미안대치팰리스가 구상한 해법은 바로 ‘파이어스카우트’였다.
‘파이어스카우트’는 화재 징후가 포착되면 AI가 즉시 위험 상황으로 판단하고 지정된 관리자들에게 화재 발생 위치와 현장 사진 등을 전송해 신속한 초기 대응을 돕는 솔루션이다. 별도 센서나 고가의 열화상 카메라 대신 건물에 이미 설치된 수많은 CCTV에 ‘AI BOX’라는 두뇌를 연결하면 실시간 현장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알체라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딥러닝 기술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안개 같은 비화재 요인을 스스로 걸러낸다. 오직 실제 화재 징후인 연기와 불꽃의 미세한 시각적 패턴만을 정확히 포착해 오작동을 최소화한다.
알체라 관계자는 “‘파이어스카우트’는 CCTV 카메라가 비추는 모든 영역을 감시하기에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서 피어오르는 초기 단계 연기부터 즉각 반응할 수 있다”며 “이번 시연회를 통해 AI 기술이 어떻게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