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원인부터 예방까지 완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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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1

전기차 화재: 원인부터 예방까지 완전 분석

'전기차 한 대가 불타면서 주변 차량 40여 대가 연쇄 피해를 입는다.'

8시간 동안 꺼지지 않는 불길, 1000도까지 치솟는 배터리 온도. 이것은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실제 벌어진 일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화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 115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으며, 연도별로는 2018년 3건에서 2023년 47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열폭주: 전기차 화재의 핵심 메커니즘

분리막 손상이 모든 화재의 시작점

전기차 화재의 핵심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폭주' 현상입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면서 0.01~1㎛의 미세한 기공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킵니다. 분리막에 손상이 생겨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쇼트를 넘어 열폭주가 발생합니다.

서울대 연구팀이 최근 밝혀낸 바에 따르면 열폭주 중에 음극-양극 사이 '자가증폭루프' 교환반응이 핵심 메커니즘이며, 열폭주 초기 단계에서 흑연 음극재에서 발생한 에틸렌 기체가 하이니켈 양극재로 이동하여 양극재 내에서 산소 기체가 탈출하는 것을 유도하고, 양극재 산소 기체가 다시 음극의 에틸렌 기체를 발생시키며 강한 발열 반응이 야기됩니다.

배터리가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화학 반응이 급격히 일어나 온도가 1000°C를 넘어서며,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더 큰 열이 발생하고 피해가 확대됩니다.


전기차 화재 발생 통계의 숨겨진 진실

실제로는 내연기관차보다 안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2020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수와 소방청의 화재통계 분석결과 자동차 1만 대당 화재 발생률이 내연기관차는 1.88%고 전기차는 1.63%로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이 더 낮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전기차 발화를 제외하고 교통사고 외 배터리 발화 사고 비율은 0.52%로 화재발생 비율은 더 낮아집니다.

테슬라가 공개한 Tesla 2021 Impact Report에 따르면 주행거리별 화재 발생빈도로 가솔린차와 전기차의 화재위험성을 비교하면 가솔린차의 화재 위험성은 전기차 대비 11배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중국에서 언론이 발표한 2022년 1분기에 640건의 전기차 화재를 기록하여 하루 평균 7대의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삼원계(NCM) 방식이 아닌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리튬인산철계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상당히 큰 수치입니다.


화재 원인별 상세 분석

충전 중이 가장 위험한 순간

EV FireSafe 2021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은 원인미상(37건), 충전 중(31건), 제조사/배터리 결함(24건), 충돌(20건) 등의 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중국 언론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2020-2022 화재 원인을 분석한 결과 86건의 화재사고 중 원인불명 사고 7건을 제외하면 주차 중 31건, 충전 중 22건(충전기 화재 포함), 주행 중 20건, 충돌 후 6건 발생했습니다.

저속 충돌도 위험하다

2018년부터 국내 전기차 화재 건수 조사대상 총 94건 중 충돌 사고 후 화재 건수가 총 10건에 달하며, 이 중 9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배터리 직접 손상에 따른 배터리 내부 셀 단락으로 발생했습니다. 6건은 고속 정면 추돌에 의해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나 3건은 전기차 하부 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이 중 한건은 13km/h의 저속으로 도로 연석과 충돌하여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일 800여 대의 차량에 피해를 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에 따른 리튬이온배터리 내 분리막 손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전해질의 기화로 발생한 가스가 배터리 내부 압력을 증가시켜 이 압력으로 분리막이 녹고, 누전의 한 종류인 쇼트(합선)가 일어나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화재 진압: 일반 소화기로는 불가능

물 110톤이 필요한 전기차 화재

전기차 화재 진압은 일반 자동차 화재와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리튬배터리 화재에 적응성 있는 소화기는 없으며, 전기차는 구조적 특성상 패킹 된 대용량의 리튬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내장돼 있어 소화약제 침투가 어렵고, 화재 시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국내외 유통 중인 소화기로는 화재 진압이 불가능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초기 화재 진압 시 물을 뿌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리튬이 물과 반응해 오히려 폭발성 수소 기체가 발생, 화재가 더욱 커질 수 있어서입니다. 또한 고열에서 리튬이 분해반응하며 산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분말소화기로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의 화재 진압도 효과가 없습니다.

질식소화포가 유일한 초기 대응책

질식소화포의 원리는 화재를 덮어 산소 공급을 차단, 불을 끄는 것입니다. 질식소화포는 불연성 및 내열성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전기차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크기로 돼 있어 쉽게 펼치고 덮을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덮개로 불이 주변에 번지는 걸 막더라도 완전히 불을 끄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리튬용 소화기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이지만 화재 초기더라도 소화기 한 대로 진압하기에는 용량이 부족하고, 유독가스와 폭발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소화기로 대응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배터리별 화재 위험도 차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리콜 모델들

모든 전기차 배터리가 같은 화재 위험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회사인 CATL, BYD, Envision AESC의 화재 비율이 현저히 낮습니다. 전기차 화재 통계 기준으로 보면, 중국 배터리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유독 높은데, 이는 앞서 언급한 코나, 볼트, SM3, e-tron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델은 모두 리콜을 진행했으니, 그 외 모델이 중요합니다. 리콜 모델을 제외한 화재 건수는 아이오닉EV 6건 (단종), 폭스바겐 ID4 1건으로 총 7건이며 10만 대당 화재비율은 20건으로 다른 배터리사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효과적인 예방 전략

BMS와 정기점검이 핵심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는 수많은 배터리 셀의 온도, 충전 상태, 전압 등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크게 '모니터링'과 '셀 밸런싱'(Cell Balancing), 과충∙방전 및 과전류를 방지하는 '제어' 기능이 있습니다.

정기적인 배터리 안전점검은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열폭주와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국내에선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 59곳과 공단이 2022년 8월에 도입한 전자장치진단기(KADIS)를 사용하는 민간검사소에서 배터리 점검이 가능한데, KADIS로는 배터리의 주요 성능 항목(총 동작시간, 누적 충·방전량, 열화상태 등)과 안전 관련 항목(고전압 부품 절연, 셀 간 전압, 모듈 온도) 등 배터리 안전성과 관계있는 다양한 항목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충전 습관과 환경 관리

완속 충전기로 80~90% 정도 충전하는 것이 화재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화재 시 소화전,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이 작동할 수 있도록 평상시 잘 관리해야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 실외기와 자동차가 내뿜는 열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지하에 쌓이는 아파트와 대형마트의 주차장이 전기차 화재 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차 환경 개선도 중요합니다.

전기차 화재는 여전히 내연기관차보다 발생 확률이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진압이 어렵고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배터리 기술 발전과 함께 안전 관리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사용자의 올바른 충전 습관과 정기 점검이 화재 예방의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화재 발생 시에는 즉시 대피하고 전문 소방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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