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확인으로 불편함을 겪었던 외국인들이 새로운 본인인증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외국인등록증과 재외동포인증센터라는 새로운 도구가 한국의 디지털 접근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6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토록 많은 외국인들이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본인확인'이라는 장벽. 간단해 보이는 온라인 쇼핑몰 가입부터 은행 계좌 개설, 정부 서비스 이용이 한국인을 위한 시스템으로만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있어도 발급 후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하고 여권으로는 입국 후 며칠이 지나야 본인확인이 가능합니다. 입국 시 사용한 여권을 갱신하거나 분실해서 재발급받으면 다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변경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불편함을 피하지 못 했습니다. 국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원거리 재외공관을 방문해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했고, 인증서를 받아도 국내 휴대전화 본인확인이 필요해 결국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의 디지털 본인확인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이지만 이 첨단 시스템이 오히려 외국인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인증 체계, 한국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하는 SMS 인증 등 기술이 발전할수록 외국인들은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본인확인 시스템은 한국인에게는 편의를 제공했고 외국인에게는 더 높은 장벽이 되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외국인 고객을 위해 별도의 수동 처리 시스템을 운영해야 했습니다. 고객센터를 통한 예외적 처리, 신분증 사본 제출과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드디어 법무부가 모바일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개시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은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소지한 14세 이상 모든 등록외국인이 발급받을 수 있으며 실물 외국인등록증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카드형 신분증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능들입니다.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은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개인정보 유출과 부정 사용을 방지합니다. 본인 스마트폰에만 발급되며, 분실 신고 시 즉시 잠김 처리되어 도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선택적 정보 제공 기능도 있습니다. 원래 외국인등록증은 담배나 주류 구매 시에도 외국인등록번호 뒷자리, 체류지 등 불필요한 정보까지 모두 노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버전은 목적에 따라 이름과 생년월일만 보여주는 등 최소 정보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1월 말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재외동포인증센터는 전자여권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신원확인 시스템입니다.
주요 금융기관에서 재외국민 인증서 발급이 가능해졌습니다. 2025년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전자정부 서비스, 전자금융 서비스, 비대면 의료 서비스, 온라인 교육, 온라인 쇼핑까지 국내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해외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본인확인 방법은 PASS 앱입니다. SK텔레콤, KT, LG U+ 등 통신 3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이 서비스는 기존 인증 방식의 불편함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PASS 앱 이용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PASS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가입합니다. 초기 설정 시 6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지문, 얼굴인식 등 생체인증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나 앱에서 'PASS로 인증' 버튼을 선택하면 이름, 휴대전화번호, 보안숫자만 입력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PASS 앱으로 푸시 알림이 전송되고 앱에서 설정한 비밀번호나 생체인증으로 확인하면 인증이 완료됩니다.
본인 명의 계좌를 통한 추가 인증 과정을 거치면 공동인증서와 유사한 기능의 디지털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 금융거래나 전자정부 서비스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PASS 앱에는 모바일 신분증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을 앱에 등록하면 편의점이나 공공기관에서 QR코드나 바코드를 통해 신분확인이 가능합니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민간 기업들도 외국인 고객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해외 거주자를 위한 별도의 실명 확인 경로를 마련했습니다. 해외에서 발급받은 신분증의 이름, 생년월일, 성별 정보로 실명확인을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비록 결제 서비스 등 일부 제한이 있지만, 최소한의 디지털 서비스 접근권은 보장하려는 노력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계좌 보유자에 한해 해외에서도 계좌조회, 계좌이체 등 전자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국인 본인확인 시스템의 변화는 한국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기술이 만든 장벽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이런 노력들은 단순히 외국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는 통합된 디지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AI와 블록체인, 생체인식 기술 등이 더욱 발전하면서 본인확인 방식도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 발전이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바일 외국인등록증과 재외동포인증센터, PASS 앱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축적되면서 한국은 진정한 글로벌 표준의 열린 디지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신원 인증은 곧 시민권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증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디지털 사회가 시작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