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이 민원을 신청할 때마다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를 매번 새로 발급받아 제출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미 다른 기관이 같은 정보를 갖고 있는데도 신청인이 직접 서류를 떼어 오는 방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본인확인이 끝난 국민에게는 다른 기관이 보유한 행정정보를 담당자가 직접 조회해 서류 제출을 대신하도록 하는 절차가 민원처리 본인확인 최소화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야 할 방향입니다. 서류를 떼기 위해 다른 관공서를 다시 방문해야 했던 시간과 비용은 국민 입장에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누적되면 상당한 부담으로 쌓이는 비효율이었습니다.
행정정보 공동이용은 담당 공무원이 전산망을 통해 다른 기관의 행정정보를 열람하는 제도로 주민등록표나 건축물대장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서류가 이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 열람은 국민의 사전 동의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본인확인이 완료된 시점에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조회할지 국민에게 명확히 안내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동의 없이 정보를 열람하면 아무리 편리해도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여러 기관에 걸쳐 정보가 오가는 구조인 만큼 국민이 언제든 이 동의 내역을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비대면 민원처리에서 본인확인은 그 사람이 신청인 본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이고 서류 확인은 그 사람의 자격이나 상태를 증명하는 절차입니다. 이 둘을 뭉뚱그려 다루면 본인확인 하나만으로 충분한 경우에도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게 됩니다. 얼굴 인증으로 신원을 먼저 확정하고 이후 필요한 서류 정보는 행정정보 공동이용으로 대체하는 절차를 두면 국민이 직접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모든 민원에 같은 수준의 본인확인을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벼운 열람이나 증명서 발급과 재산이나 신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민원은 요구되는 확인의 무게가 다릅니다. 민원의 성격에 따라 본인확인 절차의 강도를 다르게 적용하고 위험도가 낮은 민원은 간소화된 확인만으로 처리하는 절차를 두면 확인의 총량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모든 민원을 가장 엄격한 기준 하나로 통일하면 확인의 정확도는 지킬 수 있어도 국민 다수가 매번 무거운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비효율이 함께 생깁니다.

한 번 확인된 정보를 다음 민원에서 다시 묻는 방식은 국민에게 불필요한 반복으로 느껴집니다. 직전 민원 처리 과정에서 이미 확인된 정보는 일정 기간 안에서는 다시 요구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절차를 두면 반복되는 확인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활용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정보가 오래되어 부정확해질 위험도 함께 커지므로 적절한 기간을 정해야 합니다. 주소나 가족관계처럼 자주 바뀔 수 있는 정보는 활용 기간을 짧게 두고 비교적 안정적인 정보는 조금 더 길게 두는 식으로 정보의 성격에 맞춰 기간을 달리 정하는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본인확인을 위해 촬영한 얼굴 정보도 필요 이상으로 오래 쌓아 둘 이유가 없습니다. 얼굴 인증에 필요한 최소한의 특징값만 저장하고 원본 이미지나 부가 정보는 인증이 끝나는 즉시 폐기하는 절차를 두면 확인 절차의 편의성과 정보 보호를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서류를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 자체를 줄이는 최소화의 또 다른 축입니다. 서류 제출 부담을 줄이려고 도입한 절차가 정작 얼굴이라는 새로운 민감정보를 쌓아 두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최소화라는 취지 자체가 흔들립니다.
디지털 기기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절차 하나하나가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고령 이용자에게는 확인 단계 수 자체를 줄이고 안내 문구도 짧고 명확하게 제공하는 절차를 두면 최소화라는 방향이 실제 이용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절차가 기술적으로 줄어들어도 안내가 복잡하면 체감되는 부담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행정정보를 공동이용으로 대체하면 신청인이 서류를 위조해 제출할 여지 자체가 줄어듭니다. 서류 제출 방식에서 행정정보 열람 방식으로 전환하는 민원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절차를 두면 확인 부담과 위조 위험을 함께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확대는 관련 조례나 규정의 정비와 함께 이루어져야 실제 현장에 적용됩니다. 규정 정비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전환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류를 요구하는 관행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절차를 줄이는 일이 확인의 정확도까지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면 곤란합니다. 최소화된 절차에서도 본인확인의 정확도만큼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도록 정기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최소화는 확인을 대충 하는 일을 넘어 꼭 필요한 확인만 정확하게 남기는 일에 가깝습니다. 절차가 줄어들었는데 부정확한 사례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최소화보다 확인 자체가 실패한 결과로 보아야 합니다.

공공기관 민원처리의 비대면 본인확인 최소화는 결국 국민에게 요구하는 것을 줄이면서도 확인해야 할 것은 놓치지 않는 균형을 찾는 작업입니다. 서류 제출 대신 행정정보 열람으로 확인 강도를 민원 성격에 맞게 조정하고 수집하는 생체정보까지 줄여 나가는 이 모든 절차는 국민의 부담과 행정의 정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지키려는 시도입니다. 덜어내는 만큼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최소화는 그저 줄이는 작업보다 훨씬 세심한 작업에 가깝습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편의는 절차의 개수보다 그 절차 뒤에 숨겨진 세심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