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파격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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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2

AI 신약개발, 파격적 변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모든 제약회사들이 같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치료제 개발에는 최소 5-10년이 걸리는데 세상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18개월 만에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가 나왔습니다.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AI가 있었습니다.

현재 제약업계에서는 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I 신약개발 회사 엑세인드는 강박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8개월 만에 발굴했고, 인실리코 메디신은 18개월 만에 폐섬유증 치료제를 임상시험에 진입시켰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각각 4-5년, 3-4년이 걸리는 과정이었습니다.


5년 후 완전히 달라질 신약개발 풍경

머지않아 로봇과 AI가 운영하는 완전 자동화된 연구실이 등장할 것입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실험을 진행하며, AI가 실시간으로 결과를 분석해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연구원들은 더 이상 반복적인 실험에 시간을 쓰지 않고, 창의적인 연구 설계와 해석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동시에 개별 환자의 생물학적 특성을 완벽히 모델링한 '디지털 트윈 환자'가 현실화됩니다. 실제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기 전에 디지털 트윈으로 먼저 테스트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 실패율을 크게 줄이고 환자 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 모든 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공유하는 거대한 AI 신약개발 플랫폼입니다. 각국의 임상 데이터, 분자 정보, 환자 데이터가 연결되어 인류 전체의 지식이 하나의 AI 시스템으로 통합되면서, 아프리카의 희귀질환 연구자도 미국 대학의 최첨단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료 민주화 시대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수십억 달러가 사라지는 잔혹한 현실

그런데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할까요? 기존 신약 개발의 현실을 보면 답이 명확해집니다.

개발 기간: 평균 10-15년

개발 비용: 30억 달러 (약 4조원)

성공률: 5,000-10,000개 후보물질 중 1개만 시장 출시

실패 시점: 80%가 임상 3상에서 실패

한 개의 신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수천 개의 후보물질이 실험실에서 사라지고 수조원의 투자금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제약회사들은 이런 엄청난 리스크 때문에 '안전한' 약물 개발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희귀질환이나 난치병 환자들은 치료제를 구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임상 3상에서의 대량 실패입니다. 10-15년간 연구하고 수천억 원을 투입한 후 마지막 단계에서 효과가 없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어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런 실패는 제약회사의 재정적 타격은 물론, 치료제를 기다리던 환자들에게도 절망을 안겨줍니다.


AI가 이 모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바로 이런 절망적인 현실을 AI가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시간이면 충분한 것입니다. 현재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가 공개되어 있어, 연구자들은 마치 거대한 '약물 설계도 도서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화학자들이 수십 년 경험으로 설계하던 분자를 AI가 몇 분 만에 생성하고 있습니다. 특정 질병을 타겟으로 하는 화합물의 화학적 특성을 입력하면, AI가 수백만 가지 가능성을 탐색해 최적의 후보물질을 제안합니다. 마치 무한한 화학 실험실을 컴퓨터 속에 구현한 것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상 임상시험의 현실화입니다. AI는 실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임상시험을 시뮬레이션하여 수천 명의 가상 환자에게 신약을 투여해보고 효과와 부작용을 미리 예측합니다. 이를 통해 80%가 실패하던 임상 3상의 악몽을 피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조기에 걸러내어 임상시험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 AI가 만들어낸 기적들

1. 엑세인드의 강박증 치료제

AI 신약개발 회사 엑세인드(Exscientia)는 강박증 치료제 개발에서 혁신적 성과를 거뒀습니다. 기존 방식으로 4-5년 걸릴 후보물질 발굴을 8개월 만에 완료했습니다. AI가 분석한 2,500만 개의 화합물 중에서 최적의 후보를 선별한 결과입니다.

2. 인실리코 메디신의 폐섬유증 치료제

홍콩 기반 인실리코 메디신은 AI로 18개월 만에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1상에 진입시켰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최소 3-4년이 걸리는 과정이었습니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AI 신약개발의 첫 번째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3. 화이자의 COVID-19 치료제 팍스로비드

화이자는 AI를 활용해 COVID-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개발했습니다. 바이러스의 3D 구조를 AI가 분석해 가장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화합물을 설계했고, 결과적으로 중증 환자의 입원율을 89%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환자에게 찾아올 실질적 변화는?

AI 신약개발이 가져올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게 될 것들입니다. 기존에는 시장성이 낮아 개발되지 않던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AI 덕분에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 비용이 낮아지면서 제약회사들이 희귀질환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환자 수가 몇 천 명에 불과한 극희귀질환도 이제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AI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 정보, 생활 습관, 병력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약물과 용량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마다 다른 치료법을 받는 진정한 개인 맞춤 의료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 비용이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는 약값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현재는 개발 비용 회수를 위해 신약 가격이 높게 책정되지만 AI로 개발 비용이 대폭 줄어들면 더 저렴한 가격에 혁신적인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게 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했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될 것입니다.

AI가 불러온 제약업계 지각변동

AI 신약개발은 제약업계의 판도 자체를 뒤바꾸고 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속속 제약업계에 진출하면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제약회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알파폴드 외에도 AlphaMissense를 개발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예측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Azure Quantum을 활용해 분자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를 혁신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AI 신약개발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약 5조 4천억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해 200억 달러 시장이 될 전망입니다.

기존 제약회사들도 이런 흐름에 맞서기 위해 AI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로슈는 제넨테크 자회사에 AI 연구부서를 확대했고, 노바티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AI 기반 신약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빅테크의 진출, 스타트업의 급성장, 기존 제약회사들의 변신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제약업계 전체가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AI 신약개발의 현주소

한국도 이 혁신의 흐름에서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AI 신약개발 회사인 스탠다임은 기존 약물의 새로운 용도를 찾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AI로 기존 약물과 질병 간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내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신테카바이오는 AI를 활용해 기존 2-3년 걸리던 항체 최적화 과정을 6개월로 단축하는 기술로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 기업들의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K-바이오 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AI 신약개발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AI 기반 신약개발 생태계 구축에 1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AI 신약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향후 한국발 혁신 치료제들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은 더 이상 거대 제약회사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AI 덕분에 작은 스타트업부터 개인 연구자까지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기술의 민주화가 가져올 의료혁명. 누구나 생명을 구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세상, 모든 질병에 맞춤형 치료제가 존재하는 세상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AI는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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