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이후 오랫동안 계좌개설의 실명확인은 창구에서 신분증 원본을 직접 제시하고 담당 직원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대면 방식이 원칙이었습니다. 온라인 금융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 원칙만으로는 현실을 따라가기 어려워졌고, 금융당국은 온라인 거래 증가와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감안해 비대면으로도 실명확인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하면서도, 그 확인 수준이 대면 확인에 못지않게 유지되도록 여러 확인 방식을 조합하는 절차가 이 변화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현금카드 같은 접근매체 전달 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생체인증처럼 여러 확인 방식 가운데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확인 방식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조합해 적용하고, 필요하면 추가 방식까지 더해 확인을 두텁게 하는 절차가 비대면 계좌개설의 기본 틀입니다. 방식을 하나만 적용하면 그 방식 하나가 뚫렸을 때 곧바로 전체 확인이 무너지지만, 여러 방식을 겹쳐 두면 어느 하나가 흔들려도 나머지가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금세탁 위험이 낮은 거래에는 두 가지 방식을, 위험도가 높은 거래에는 더 많은 방식을 추가로 요구하는 식으로 위험 수준에 맞춰 확인의 강도를 달리하는 접근도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신분증 도용으로 인한 금융 피해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비대면 실명확인 과정에 얼굴 인식을 통한 인증을 추가로 도입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결제원은 여러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분증 안면인식 공동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고객이 촬영한 신분증 사진과 얼굴 사진을 이 공동시스템으로 보내 사진의 특징점을 추출하고 비교하는 절차를 두면, 금융회사마다 각자 인식 기술을 따로 갖추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검증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금융회사가 하나의 공동시스템을 함께 이용하면 검증 기준이 회사마다 들쭉날쭉해지는 상황도 줄어들어, 업권 전체의 확인 수준을 고르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법인 계좌를 개설할 때 대표자가 아닌 임직원이 대리인으로 나서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흔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대리 개설이 대면 거래에서만 가능하고 비대면으로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가이드라인이 개편되면서 대리인을 통한 비대면 법인 계좌개설도 가능해졌습니다. 대리인의 신원확인과 함께, 그 대리인이 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위임장 같은 증빙자료로 함께 확인하는 절차가 이 개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입니다. 법인 대리인을 통한 비대면 개설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부터 허용할지는 금융회사마다 다르게 정할 수 있어 회사별로 실제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인은 대면 거래에서는 외국인등록증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지만, 비대면 방식에서는 이 신분증을 활용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가이드라인 개편 이후로는 외국인도 외국인등록증을 통해 비대면으로 실명확인을 거쳐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등록증의 진위를 판별하는 기준을 국내 신분증과는 별도로 마련하고, 이 기준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절차가 뒷받침되어야 이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미성년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때,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스마트폰 같은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 대신 개설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함께 개편되었습니다. 부모의 신원과 자녀와의 법적 관계를 함께 확인하고, 이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까지 비대면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절차가 허술하면 실제로는 자녀 명의를 빌려 다른 목적의 계좌를 여는 시도를 걸러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나 신분증 같은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그 정보를 이용한 명의도용으로 대출이나 계좌개설 같은 금융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커집니다. 이런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해 개인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해 두는 사고예방시스템이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계좌개설 신청이 들어오면 신청자의 정보가 이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지 함께 조회하는 절차를 두면, 이미 유출된 정보로 시도되는 개설을 사전에 짚어낼 수 있습니다.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은 법률에 해당하지 않고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형식으로 운용되어 왔습니다. 이 형식은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규명령에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가이드라인이 개편될 때마다 그 변경 내용을 실제 계좌개설 시스템에 신속히 반영하고, 이전 기준과 새 기준이 혼재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계좌개설 시점의 실명확인이 정확했더라도, 그 이후 계좌가 실제로 개설 당시의 그 사람에 의해 계속 이용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습니다. 대포통장처럼 개설 직후 다른 사람에게 넘겨지는 계좌는 개설 시점의 확인만으로는 걸러지지 않습니다. 개설 초기 일정 기간 동안의 거래 패턴을 살펴, 개설 목적과 어긋나는 이상 거래가 나타나는지 함께 점검하는 절차를 두면 이런 사후 이전 시도를 짚어낼 근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