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위한 본인 인증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등 디지털 약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벽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 디지털정보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54.5%로 정보취약계층 중 가장 낮았습니다. 본인 인증의 사각지대에 놓인 디지털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만약 60세의 만학도가 대학에 입학해 비대면 수업을 들어야 한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강의 플랫폼 접속을 위한 본인인증 과정에서부터 막혀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잡한 인증 절차 때문에 수업에 늦거나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서울시민 디지털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55세 이상 고령층 중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사람은 45.8%에 불과합니다. 20대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127.2%인 반면 70대 이상은 55.6%로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입니다.
고령자들이 겪는 본인인증의 어려움은 단순히 기술 사용법을 모르는 것만이 아닙니다. 작은 글자, 복잡한 절차, 짧은 제한시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인증 실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기까지의 대기시간도 고령자에게는 큰 부담이 됩니다.
대부분의 본인인증 시스템은 시각에 의존하도록 설계되어 시각장애인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증 과정에서 요구되는 복잡한 단계들입니다. 문자 인증번호 입력, 제한시간 내 절차 완료, 여러 화면 간 이동 등은 발달장애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본인인증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증 시스템이 주민등록번호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외국인등록번호를 가진 외국인들은 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습니다.
만약 해외에서 오랜 시간 거주한 한국인이 국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 한다면 어떨까요? 한국 휴대폰이 없어 SMS 인증을 받을 수 없고, 국내 금융기관과의 거래 이력이 없어 금융인증서 발급도 어렵습니다. 일부 서비스는 해외 거주자를 위한 별도 인증 절차를 제공하지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실용성이 떨어집니다.
외국인등록번호 기반 인증 시스템은 있지만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서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민간 서비스에서는 외국인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실상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온라인 인증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디지털 약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인증 시스템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도 웹 브라우저만으로 인증이 가능해 고령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맞춤형 인증 서비스를 가능하게 합니다. AI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여 평소와 다른 접속이나 행동을 감지하면 추가 인증을 요구하고 반대로 일상적인 접속에서는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입니다.
음성인식 AI 기술은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분석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음성 생체인증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복잡한 비밀번호나 인증서 없이도 안전한 본인 확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손목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나 시각장애인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또한 AI 챗봇을 활용한 인증 지원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AI가 실시간으로 도움을 제공하여 성공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능형 인증 시스템이 디지털 약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디지털 역량 수준을 파악하여 자동으로 인증 방식을 조정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자가 접속할 경우 AI가 이를 감지하여 폰트 크기를 자동으로 확대하고, 음성 안내를 활성화하며 제한시간을 연장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사용자의 과거 인증 성공률을 분석하여 가장 익숙한 인증 방법을 우선적으로 제안합니다. PASS 앱과 같은 간편인증 서비스도 AI 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계학습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의심스러운 접속 시에만 추가 인증을 요구하여 편의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인증의 발전으로 물리적 제약도 극복되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장애인도 집에서 안전하게 금융거래나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비대면 계좌 개설, 온라인 진료 예약 등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접근성이 오히려 물리적 접근성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웹 접근성 지침(WCAG)을 준수하여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화면 읽기 프로그램 지원, 키보드만으로도 조작 가능한 인터페이스, 충분한 색상 대비 등이 필요합니다.
시간 제한을 유연하게 설정하거나 연장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인증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디지털 안내사와 같은 지원 인력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단순한 사용법 안내를 넘어서 개별 사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체계화해야 합니다. 일회성 교육이 아닌 지속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학습자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단계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디지털 접근성을 법적 의무사항으로 명확히 하며 위반 시 제재 조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접근성 지침을 강제 규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디지털 약자를 위한 대안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관이 오프라인 대안이나 지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본인 인증 사각지대 해소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닙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책임의 문제입니다. 최근 본인 인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디지털 격차가 생활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전달되려면 디지털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필요를 반영한 시스템 설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