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 개통 절차에 안면인증이 도입된 이후 현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문제 중 하나는 고령층의 인증 실패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신분증 발급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의 형태와 피부 질감이 상당히 달라진 경우, AI 알고리즘이 신분증 사진과 현재 얼굴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지 수십 년이 지난 고령층 이용자의 경우, 신분증 사진과 현재 외모의 차이가 커서 인증 시스템이 본인을 본인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고령층이라는 이용자군의 특성이 안면인증이라는 방식과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데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안면인증은 신분증에 인쇄된 사진과 실시간으로 촬영된 얼굴을 비교해 동일인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방식은 두 이미지 사이의 유사도가 충분히 높아야 인증이 통과되는 구조입니다. 주민등록증은 발급 후 재발급 없이 수십 년간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고령층 이용자의 신분증 사진은 현재 모습과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 대리점에서는 고령 이용자 중 신분증에 20여 년 전 사진이 그대로 사용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이런 경우 개통 한 건에 20~30분이 소요되는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나이에 따른 얼굴 변화는 피부 탄력 저하, 주름, 안면 근육의 이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이 변화가 클수록 인증 통과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 안면인증 절차에는 라이브니스 감지를 위한 동작 지시가 포함됩니다. 정면 응시, 눈 깜빡이기, 좌우로 고개 돌리기 등을 특정 속도로 수행해야 하며,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인증이 실패합니다.
▲ 고령층에서는 이 동작 지시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목과 경추의 유연성이 떨어지거나, 안면 근육이 자유롭지 않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 인증 실패가 반복됩니다.
현장 대리점 관계자들은 고령 이용자가 이 동작 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십 분씩 소요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한다고 전합니다. 기술적으로 설계된 '천천히'의 기준이 고령층의 신체 조건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안면인증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스스로 조작하고, 화면 안내에 따라 신분증을 촬영하고, 이어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는 과정을 이용자가 직접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이용자에게는 간단하지만, 스마트폰 조작 경험이 적은 고령층에게는 각 단계 자체가 낯설 수 있습니다.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동작 지시를 따라야 하는 상황은,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적을수록 인지적·신체적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면 개통 매장에서도 고령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올바른 각도로 들고 지시에 따라 촬영을 완료하기까지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층 중에서도 알츠하이머 등 인지 장애가 있는 경우, 또는 안면 근육이 자유롭지 않은 경우에는 라이브니스 동작 지시를 따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화상이나 질환으로 인해 안면 형태가 크게 변형된 경우에도 안면인증의 기술적 적용이 어렵습니다. 이처럼 안면인증이 구조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이용자군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체 수단이 반드시 갖추어져야 하며, 이는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성과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정책이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가지더라도, 특정 집단이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설계는 보완이 필요합니다.
안면인증 도입은 고령층이 이미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를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키오스크, 모바일 앱, 비대면 서비스 등 디지털 방식이 일상 곳곳에 확산되면서 디지털 기기 활용이 어려운 고령층이 서비스 접근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안면인증 의무화는 기존 디지털 격차에 또 하나의 장벽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기술 도입 시 이 집단에 대한 접근성 검토가 설계 단계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그 기술이 특정 이용자층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면, 기술의 성숙도와 별개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안면인증 시범 운영 이후 고령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불편이 구체적으로 제기되면서, 대체 인증 수단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PIN 인증,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확인, 지문·홍채 등 다른 생체인증, 계좌인증 등이 검토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단일 인증 방식으로 모든 이용자 상황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복수의 인증 수단 구조가 필요하다는 방향이 점차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대체 수단의 범위와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고령층뿐 아니라 장애인, 특수 신체 조건을 가진 이용자 모두의 접근성이 함께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고령층의 안면인증 어려움은 기술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설계 단계에서 다양한 이용자군을 충분히 고려했는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젊은 층을 기준으로 설정된 동작 속도 기준, 신분증 발급 시점과 현재 얼굴의 시간 격차에 대한 허용 범위, 조명·각도 조건 등은 모두 이용자군에 따라 다르게 작동합니다. 안면인증 시스템이 다양한 연령대의 실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되고, 고령층의 얼굴 변화 패턴을 충분히 반영한 알고리즘으로 고도화될 때, 기술 자체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접근성은 사후 보완책이 아니라 설계 조건 중 하나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층의 안면인증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은 채 제도가 정착될 경우, 이 집단에서 통신 서비스 이용 자체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개통 절차에서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불신과 함께 서비스 접근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안면인증이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고령층을 포함한 모든 이용자가 개통 절차를 원활하게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도 자체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술과 정책이 함께 작동할 때, 보안 강화와 접근성 보장이라는 두 목적이 모순 없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