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소 계정에서 얼굴 인증이 실패하면 고객센터에 다른 서류를 제출해 본인임을 증명하고 접근을 되찾을 길이 남아 있습니다. 반면 자기수탁 지갑은 그 뒤에 이용자를 대신 확인해 줄 회사나 상담원이 존재하지 않아 얼굴 인증이 막히는 순간 자산 자체에 다가갈 방법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거래소 수준의 편의를 기대하고 지갑을 쓰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곤란을 겪을 여지가 있습니다. 되돌려줄 상담원이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데서 자기수탁 지갑의 얼굴 인증 설계는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소라면 얼굴 정보를 새로 등록하려는 요청이 실제 계정 주인의 것인지 회사가 나서서 검증해 줄 수 있습니다. 자기수탁 지갑에는 이런 검증을 맡아줄 제3의 주체가 없어 재등록 절차 자체가 역설적인 문제에 부딪힙니다. 이미 등록된 얼굴로 먼저 인증을 통과해야만 새 얼굴을 등록할 수 있게 설계하는 방식이 그나마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보이며 이 경로가 막히면 처음부터 지갑을 새로 만드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제3자 검증이 없는 구조에서는 기존 얼굴로 먼저 통과해야만 새 얼굴을 등록하게 하는 순환 구조가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거래소의 화상 인증은 이상 징후가 보이면 사람이 다시 검토하는 경우가 있지만 자기수탁 지갑은 그런 이중 확인 없이 기기 안의 알고리즘 하나가 모든 판단을 떠맡습니다. 정지된 사진이나 정교하게 합성된 영상으로 인증을 속이려는 시도를 걸러내는 라이브니스 기술이 부족하면 그 빈틈을 메워줄 다음 단계가 마땅치 않습니다. 사람의 재검토 없이 기기 하나가 판단을 끝맺는 구조이기에 라이브니스 검증의 완성도가 다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어 마스크를 쓰거나 안경을 새로 맞추는 것처럼 사소한 변화도 얼굴 인식의 정확도를 흔들 수 있습니다. 거래소라면 인증 실패 시 대체 경로로 넘어가 큰 불편 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자기수탁 지갑에서는 이런 사소한 변화가 곧바로 접근 차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등록 시점부터 다양한 조건에서 촬영한 얼굴 정보를 함께 반영해 두면 이런 일상적인 변수에 조금은 더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등록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촬영 조건을 반영해 두는 준비가 사소한 외모 변화로 인한 접근 차단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줄 수 있습니다.

얼굴 인증에만 의존한 지갑의 소유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으로 얼굴을 다시 촬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그 자산은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채로 영원히 남을 수 있습니다. 이는 거래소 계정이라면 상속 절차를 거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자기수탁 지갑에서는 회사가 나서서 해결해 줄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상속이나 위임을 염두에 둔 이용자라면 얼굴 인증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 별도의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두는 편이 안전해 보입니다. 얼굴이라는 신체적 조건에만 접근을 맡겨두면 소유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자산이 영구히 묶여버릴 위험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기수탁 지갑은 얼굴 인증을 유일한 관문으로 삼기보다 처음 지갑을 만들 때 함께 발급되는 복구 문구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이중 구조를 갖추는 편이 무난해 보입니다. 얼굴 인증은 일상적인 접근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복구 문구는 얼굴 인증 자체가 무너졌을 때를 위한 마지막 대안으로 남겨두는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일상적인 편의를 위한 얼굴 인증과 최후의 순간을 위한 복구 문구를 함께 갖추는 이중 구조가 자기수탁 지갑에는 더 어울리는 접근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