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AI 거버넌스 체계 구축... 기술보다 '운영 기준'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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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5

예산과 조달 주기가 만드는 제약

공공기관은 예산이 연 단위로 편성되고 집행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경쟁 입찰을 거쳐야 합니다. 민간 기업처럼 상황에 맞춰 예산을 유연하게 옮기거나 검증된 업체와 곧바로 계약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AI 거버넌스 체계를 여러 해에 걸친 단계별 사업으로 미리 설계하고, 각 단계에 맞는 예산과 조달 절차를 함께 계획하는 작업이 공공기관에서는 민간보다 앞서 다뤄야 할 항목입니다. 

입찰 공고부터 계약, 사업 수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체계를 설계하면, 실제 구축 시점에 일정이 크게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이 다음 회계연도로 넘어가지 못하고 소멸하는 경우도 있어, 사업 일정이 예산 편성 주기와 맞물리지 않으면 이미 확보한 예산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해에 걸친 사업으로 미리 쪼개 두면 각 연도 예산에 맞춰 사업 범위를 조정할 여지도 함께 생깁니다. 특정 연도에 예산이 예상보다 적게 배정되더라도 전체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그 해에 진행할 범위만 줄여 다음 해로 넘기는 유연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체계

공공기관은 담당자가 일정 주기로 다른 부서나 기관으로 옮기는 순환보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AI 거버넌스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업무는 담당자가 바뀌는 시점마다 그동안 쌓인 맥락과 판단 기준이 함께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거버넌스 체계의 운영 기준과 그동안의 결정 사항을 문서로 남기고, 담당자 교체 시점마다 인수인계 항목으로 포함하는 절차를 갖추면 사람이 바뀌어도 체계 자체는 흔들리지 않고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서화된 기준이 없으면 담당자마다 판단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누적됩니다. 몇 년에 걸쳐 담당자가 여러 번 바뀐 뒤에 돌아보면, 처음 체계를 설계할 때의 취지와 실제 운영 방식이 크게 어긋나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후임자가 문서만 보고도 그동안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으려면, 결정 사항뿐 아니라 그렇게 결정한 이유까지 함께 남겨 두어야 합니다.

담당자 교체 시 함께 인계하는 항목

  • 거버넌스 운영 기준과 과거 결정 사항의 기록
  • 진행 중인 사업의 현재 상태와 다음 단계 계획
  • 주요 결정에 이르게 된 배경과 이유

행정 판단에 대한 설명 책임

공공기관이 AI를 활용해 보조금 대상자를 선별하거나 민원을 처리하면, 그 판단 결과에 대해 국민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없는 시스템은 이의 제기가 들어왔을 때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AI가 내린 판단의 근거를 담당 공무원이 이해하고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기록해 두는 절차를 거버넌스 체계 안에 포함해야 합니다. 이 기록은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 같은 외부 점검 과정에서도 근거 자료로 쓰이는 만큼 기록의 형식과 보관 기간도 함께 정해 두어야 합니다. 

기록이 부서마다 제각각인 형식으로 남아 있으면 외부 점검 시점에 자료를 정리하느라 별도의 시간과 인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담당 공무원이 시스템의 판단 근거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전달만 하는 경우도 있어, 판단 근거를 공무원이 먼저 확인하고 필요하면 되물을 수 있는 절차까지 함께 마련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스템이 제시하는 근거가 전문 용어로만 되어 있으면 공무원도 이를 국민에게 풀어서 설명하기 어려워지므로, 근거를 일상적인 표현으로 함께 정리해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합니다.

기관 사이에 막혀 있는 데이터



공공기관의 업무는 여러 부처와 산하기관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지만, 기관마다 관리하는 데이터의 형식과 접근 권한이 달라 서로 공유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합니다. 개인정보보호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공공 데이터의 특성상, 데이터 공유는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뒤에야 가능합니다. 

기관 간 데이터 공유가 필요한 업무를 미리 파악하고, 공유 목적과 범위를 규정에 맞춰 사전에 정리해 두는 절차를 갖추면 실제 협업이 필요한 시점에 절차 문제로 지연되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 공유 협의를 사업이 시작된 뒤에야 시작하면, 협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업 전체 일정이 함께 밀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기관 간 데이터 공유에서 함께 정리하는 항목

  • 공유가 필요한 데이터의 목적과 범위
  • 관련 규정에 따른 공유 가능 여부와 절차

외부 위탁과 내부 역량의 균형

공공기관 내부에는 AI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할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상당 부분을 외부 업체에 위탁합니다. 위탁 업체가 바뀌거나 계약이 끝나면 그동안 쌓인 운영 노하우가 함께 빠져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위탁 업무의 범위와 함께, 내부 인력이 최소한으로 이해하고 유지해야 할 영역을 미리 구분해 계약에 명시하는 절차를 두면 위탁 관계가 바뀌더라도 체계 운영이 끊기지 않습니다. 

이 구분이 없으면 위탁 업체 하나에 체계 전체가 의존하는 상태가 되어, 계약 변경 시점마다 운영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입찰로 위탁 업체가 바뀌는 기관이라면 이 인계 절차가 사실상 매해 반복되는 고정 업무로 자리 잡아야 운영이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남는 체계를 만드는 문제

공공기관의 AI 거버넌스는 결국 특정 시점의 담당자나 기관장 개인보다, 그 자리를 거쳐 가는 여러 사람이 공통으로 따를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민간 기업은 조직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공공기관은 담당자와 기관장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구조를 전제로 체계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은 화려한 기술 도입 실적보다, 담당자가 몇 번 바뀌어도 국민을 대하는 판단 기준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는지에 있습니다. 

예산 주기, 순환보직, 부처 간 데이터 장벽처럼 공공기관을 다른 조직과 구분 짓는 조건들은 저마다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계속 바뀌는 조직에서 기준을 어떻게 유지할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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