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방전에는 환자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지만, 그 종이를 들고 온 사람이 실제 환자 본인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비대면으로 처방전을 접수하고 약을 배송받는 서비스가 늘면서 이 문제는 더 자주 불거집니다. 화면 너머로 전달된 처방전 사진만으로는 촬영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방전 접수 시점에 환자 본인의 신원을 비대면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함께 자리 잡았고, 이 절차가 대리 수령이나 명의 도용을 걸러내는 첫 관문 역할을 합니다.
일반 의약품과 달리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은 약사법에서 별도의 관리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약을 조제할 때는 환자 신원 확인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야 합니다. 신분증 진위 확인에 더해 실시간 촬영을 통한 얼굴 대조까지 함께 거치도록 설계하면, 신분증만 도용한 상태로는 조제까지 이어지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의약품을 반복해서 처방받는 환자라면 매번 같은 수준의 확인을 요구하기보다, 최초 등록 이후에는 얼굴 인증만으로 절차를 이어가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보호자가 대신 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실제로 자주 생깁니다. 본인 확인만 고집하면 이런 환자들이 오히려 약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리 수령을 인정하려면 환자 본인이 사전에 대리인을 지정하고, 대리인 역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이중 구조가 필요합니다. 대리인 지정 정보와 환자의 처방 이력을 연결해 두면, 지정되지 않은 사람이 대리 수령을 시도하는 경우를 알아낼 근거가 됩니다.

약이 배송지에 도착했다고 해서 그 약을 받은 사람이 환자 본인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서명이나 도장만으로 수령을 확인하는 방식은 대리 수령이 정당하게 이루어졌는지를 구분해 주지 못합니다. 배송 기사가 수령인의 얼굴을 촬영해 사전 등록된 환자나 지정 대리인 정보와 대조하는 방식을 함께 두면, 조제까지는 정확했던 절차가 마지막 전달 단계에서 흐트러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접수부터 배송까지 신원 확인의 기준을 하나로 맞춰야, 어느 한 구간만 느슨해져 전체 절차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으로 같은 약을 매달 처방받는 환자는 매번 동일한 강도의 확인을 요구받으면 불편을 느끼기 쉽습니다. 반면 확인을 지나치게 줄이면 처방 내용이 바뀌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직전 조제와 처방 병원, 약의 종류가 모두 동일한 경우에는 얼굴 인증만으로 절차를 간소화하되, 처방 병원이 바뀌거나 새로운 약이 추가되면 다시 초기 수준의 확인으로 돌아가는 구성이 균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처방전 사진을 편집해 약의 종류나 수량을 바꾸는 시도는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글자체나 도장의 형태가 원본과 미세하게 다르거나, 이미지 압축 흔적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위변조를 의심할 단서가 됩니다. 처방전 발급 시스템과 연동해 처방전에 담긴 정보를 발급 병원의 원본 기록과 직접 대조하는 절차를 갖추면, 이미지 판독만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위변조까지 걸러낼 수 있습니다. 병원별로 처방전 발급 시스템이 다르다는 점은 이 연동 작업의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입니다. 연동이 어려운 소규모 병원의 처방전은 상담 인력이 직접 발급 병원에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로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미성년 환자의 처방전을 비대면으로 접수하는 경우, 얼굴 인증만으로는 보호자 동의 여부까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보호자 동의서와 미성년 환자의 신원을 함께 등록해 두고, 이후 조제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이 등록 정보를 대조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등록 이후에도 보호자 정보가 바뀌거나 동의가 철회되는 경우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갱신 절차를 열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환자의 얼굴 정보와 처방 내역은 성격이 다른 정보입니다. 하나가 유출되었을 때 다른 하나까지 함께 노출되는 구조는 피해 범위를 불필요하게 키웁니다. 얼굴 인증에 쓰이는 특징값은 별도의 서버에 저장하고, 처방 및 조제 정보와는 물리적으로 분리해 관리하는 방식이 유출 경로를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원본 이미지는 인증이 끝나는 즉시 폐기하고, 환자가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면 보관 중인 얼굴 정보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없애야 합니다. 조제 정보 서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얼굴 정보 서버까지 함께 노출되지 않도록, 두 서버는 접근 권한과 인력을 별도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약국이 처방전 접수와 조제 과정에 eKYC를 들이려면, 우선 마약류처럼 확인 수준을 높여야 하는 의약품군부터 정해 두는 편이 순서상 맞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일반 조제와 강화 조제의 확인 절차를 나누고, 대리 수령과 미성년 조제처럼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별도 흐름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처방전 위변조 대조를 위해 병원 시스템과의 연동 범위도 미리 정해 두어야 하고, 관련 법령이 바뀔 때마다 확인 기준 전체를 다시 살펴보는 일정도 마련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처방전 한 장이 실제 약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세 번의 확인이 숨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처방전에 적힌 환자가 맞는지, 이 처방전이 위변조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 이 약을 받는 사람이 등록된 본인이나 지정된 대리인이 맞는지입니다. 세 확인 가운데 어느 하나를 생략해도 나머지 두 확인만으로는 조제의 정당성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약국이 eKYC를 도입한다는 것은 결국 이 세 번의 확인을 비대면 환경에서도 빠짐없이 이어가는 방법을 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