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추자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이 늘어나면서 배터리 열폭주의 심각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 온도가 수 초 안에 1000°C까지 치솟으며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한 번 시작되면 물로도 쉽게 진화되지 않아 110톤의 물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 미리 위험을 감지하는 것입니다.
국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시장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1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AI 기반 BMS 시장은 2025년 9.75억 달러에서 2030년 48.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화재 사전 감지 기술이 전기차 안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SDI와 전문 교수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2024년 8월 열폭주 메커니즘의 핵심을 밝혀냈습니다. 방사광 가속기 기반 X선 회절 기법을 활용해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가증폭루프' 반응을 최초로 관찰한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폭주 초기 단계에서 흑연 음극재에서 발생한 에틸렌 기체가 하이니켈 양극재로 이동하여 양극재 내 산소 기체 탈출을 유도하고 이 산소 기체가 다시 음극의 에틸렌 기체 발생을 촉진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며 더욱 정확한 사전 감지가 가능해졌습니다.
열폭주가 발생하면 불화수소 같은 치명적인 독성가스도 함께 방출됩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화재 시 발생하는 가스는 충전상태(SOC), 화재 발생원인, 용량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가스 조기 감지를 통해 열폭주 전에 위험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1. 현대차그룹의 3단계 BMS 안전망
현대차그룹은 2024년 9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3단계로 구성된 BMS 안전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1단계에서는 충전 제어기와 연동한 전류 제어, 2단계에서는 과충전이나 과전류 감지 시 강제 충전 중단, 3단계에서는 릴레이를 통한 물리적 전기 차단이 이뤄집니다.
현대차그룹의 BMS는 '순간 단락'과 '미세 단락' 같은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발전했으며, 전원이 꺼진 주차 상태에서도 일정 간격으로 배터리 셀 상태를 모니터링합니다. 이상 징후 데이터는 원격지원센터로 전송되어 위급 상황 시 고객에게 즉시 알림을 보냅니다.
2. LG에너지솔루션의 BMTS 브랜드 'B.around'
2024년 9월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인 BMTS(Battery Management Total Solution)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B.around'라는 브랜드명으로 출시된 이 솔루션은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접목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존보다 훨씬 복잡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합니다.
BMTS에는 MAVD(Moving Average Voltage Deviation), RdV(Relaxation Deviation Voltage), dSOH(Delta State of Health) 등의 안전진단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배터리 셀의 이상을 조기에 감지합니다. 퀄컴(Qualcomm)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배터리 전 생애주기 관리가 가능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3. 엠텍정보기술의 AI 진단 시스템 'BEE SCAN'
2024년 7월 출시된 엠텍정보기술의 'BEE SCAN'은 임피던스 트래킹 기술 알고리즘을 활용한 AI 기반 배터리 진단 솔루션입니다. 충전상태, 용량수명, 출력수명, 균형상태, 안전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며 에너지 회생방식을 통해 소비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4. SK온의 무선 BMS 기술
SK온은 2025년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공개할 예정인 무선 BMS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배터리 셀 탭에 무선 칩을 직접 부착하고 모듈 안테나를 통해 BMS에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유선 구조의 복잡성을 해결했습니다. 배터리 여권 도입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열화상 기술의 선구자 - Teledyne FLIR
미국 Teledyne FLIR은 A70 시리즈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열폭주 전조 증상을 감지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수천 개의 서로 다른 지점에서 온도를 측정하여 핫스팟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며, 각 관심 영역(ROI)에 설정된 최대 온도 경보 임계값으로 위험 상황을 사전에 파악합니다.
광섬유 기술의 LS일렉트릭
LS일렉트릭은 2020년 특허를 출원한 광섬유 온도 측정 기술로 주목받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온도 측정 기능이 있는 광섬유를 적용해 개별 모듈이나 셀 단위의 온도까지 정확하게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배터리 랙 단위 기준보다 훨씬 세밀한 감지가 가능합니다.
음장 기술의 시큐웍스
시큐웍스는 음장(Sound field) 기술을 활용한 독특한 접근법을 선보입니다.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를 마이크로 받아 음파 변화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360도 사각지대 없이 공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 하이브리드 배터리에서 미세발연 육안 감지 32초 전, 열폭주 105초 전 조기감지가 가능했으며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온도변화 75초 전, 열폭주 210초 전 감지로 화재 진압 골든타임을 3~4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기아차 전기차 생산공정에 실제 적용되어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감지 기술은 감지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됩니다.
• 온도 기반 감지: BMS 내장 온도 센서, 열화상 카메라, 광섬유 센서
• 가스 기반 감지: CO, HF 등 독성가스 센서, 복합 가스 센서
• 전기적 신호 감지: 전압 변화, 전류 이상, 임피던스 변화
• 물리적 변화 감지: 압력 센서, 변위 센서, 음장 센서
• 복합 감지: 다중 센서 융합, AI 기반 패턴 인식
전기차 시장이 확장될수록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온도나 전압 모니터링을 넘어 다중 센서 융합과 AI 예측 분석이 결합된 통합 솔루션이 표준이 될 전망입니다.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와 함께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감지 기술이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액체 전해질이 고체로 바뀌면서 기존 가스 감지 방식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대신 압력이나 변위 같은 물리적 변화 감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또한 무선 BMS 기술의 확산으로 배터리 셀 개별 모니터링이 보편화되고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체 차량군의 패턴 분석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별 차량뿐만 아니라 모델별, 배터리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안전 관리가 실현될 것이라 예측됩니다.
국내 기업들은 EV 배터리 화재 감지 기술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AI와 센서 기술의 융합으로 더욱 정교한 예측과 대응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배터리 화학적 특성을 깊이 이해한 물리, 화학, 전기적 신호의 종합적 분석과 실시간 빅데이터 처리를 통한 집단지성형 안전 관리 시스템이 전기차의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