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일어나면 온도가 수 초 안에 1000°C가 넘게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는 전조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 나타나는 초기 신호들을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면 열폭주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대응할 수 있습니다.
LG화학이 2024년 10월 개발한 '안전성 강화 기능층(Safety Reinforced Layer)'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이 소재는 배터리의 온도가 90℃~130℃ 수준으로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면 결합 구조가 바뀌며 전류의 흐름을 억제합니다.
실제 안전성 테스트에서 전기차용 NCM 배터리에 10kg 추를 떨어뜨리는 충격 실험 결과, 일반 배터리는 모두 화재가 발생했지만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70%가 화재 없이 안전했습니다.
기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전압과 온도 등 기본 데이터만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SoX(State Of X)라고 불리는 다양한 상태 정보를 통해 화재 직접 원인인 단락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24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 BMS 보호기능 평가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배터리 상시 감시, 자동 신고, 정보 저장 등 3가지 항목을 평가하여 전기차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되는 BMS 신기술을 적용한 차량이 2024년 25개 차종으로 늘어났습니다.
엠텍정보기술이 개발한 'BEE SCAN'은 배터리의 내부저항 및 충·방전 전력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임피던스 트래킹 기술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를 조기 감지하고 수명을 예측하는 AI 진단 솔루션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오프가스가 방출된 후 최초 발화까지 약 40분 이상 소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이 시간대가 AI 영상 분석 기술이 활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알체라의 FireScout 같은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들은 연기와 오프가스와 같은 초기 징후를 시각적으로 인식해 배터리 화재의 주요 특성인 '열폭주 이전의 이상 반응'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보다 수십 분 빠른 초기 감지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 아스펜에어로젤이 개발한 '파이로신(PyroThin)' 열 차단재는 파우치나 프리즘형 리튬이온배터리 셀용으로 최초로 개발된 에어로젤 열폭주 방지 장벽입니다. 일반적으로 두께가 1~4밀리미터이며 배터리셀 사이에 쌓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에어로젤 단열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최소한 열폭주 전파 속도를 늦춰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는 불량 셀을 가둘 수 있는 배터리를 설계해 화재가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나노팀이 열폭주 현상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열폭주차단패드' 양산을 준비 중입니다. 이 패드를 적용하면 NCM 리튬이온 전지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화재나 폭발 같은 안전성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열폭주 전 단계 감지를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제이디글로벌의 열화상 영상 분석 시스템은 설정 이상의 온도가 발생할 경우 열화상 영상 분석을 통해 방재실 또는 관리자에게 사전 알림을 보냅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포스텍 연구팀에서 개발한 음극 표면 알루미나 코팅법을 활용할 경우 음극에서 시작하는 '자가증폭루프'를 봉쇄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열폭주 초기 단계에서 흑연 음극재에서 발생한 에틸렌 기체가 하이니켈 양극재로 이동하여 산소 기체 탈출을 유도하는 과정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가 양극과 음극의 접촉 차단을 위해 분리막을 더욱 촘촘히 쌓아 손상 위험을 줄이는 'Z스태킹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전고체배터리는 구성 요소가 모두 고체로 이뤄져 쇼트가 발생해도 불이 나지 않습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리튬이온은 60도가 넘으면 폭발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지지만 전고체는 170도까지 안정적입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027년과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한창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전고체배터리 시장이 2025년 2억7,800만달러에서 2030년 17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열폭주 전 단계 EV 화재 감지는 단일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들이 통합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온도 반응성 소재, AI 영상 분석, BMS 고도화, 물리적 차단막, 가스 센서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다층적 안전망을 구축합니다.
차량에서 수집되는 배터리 상태, 충전 패턴, 주행 환경 등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여 화재 위험도를 예측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연기가 발생하기 전에 배터리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하여 정비소 방문을 안내하는 방식입니다.
열폭주 전 단계에서의 EV 화재 감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90도부터 시작되는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40분의 골든타임 동안 오프가스를 포착하며, 자가증폭루프가 시작되기 전에 이를 차단하는 기술들이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의 발전으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는 점차 해소되고 있습니다. 1000도의 극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정교한 감지 기술과 차단 기술들이 결합되어, 전기차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열폭주라는 위험한 현상도 이제 미리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관리 가능한 기술적 과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