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채취한 조직이나 세포 검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그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분석하는 작업은 방사선 영상을 다루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나의 조직 슬라이드를 고배율로 스캔하면 그 이미지 파일 하나가 수십억 화소에 이르는 방대한 크기를 지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화면으로 한눈에 살펴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 때문에 검체 이미지의 라벨링은 전체 슬라이드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각 조각마다 세포와 조직의 상태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나의 검체 안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조각을 나누어 각각 라벨링해야 하는 만큼 이 작업은 다른 의료영상 라벨링보다 훨씬 방대한 시간과 인력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병원 검체 이미지 분석용 학습데이터는 전체 슬라이드를 하나의 단위로 다루기보다 잘게 나눈 조각 단위로 라벨링하고 이후 그 조각들을 다시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 맞추는 구조로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조각마다 정확하게 표시되어야 이후 전체 슬라이드 단위로 다시 결합했을 때 조직 전체의 상태를 놓치지 않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완성됩니다.

슬라이드를 지나치게 작은 조각으로 나누면 세포 하나의 형태조차 여러 조각에 걸쳐 잘려 보이게 되어 온전한 판단이 어려워지고 반대로 조각이 너무 크면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아져 실용적인 처리 속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어 조각의 크기를 정하는 일 자체가 세심한 설계를 요구합니다. 인접한 조각끼리 일부 영역을 겹쳐서 나누는 방식으로 이러한 경계 문제를 보완하는 접근이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같은 조직이라 하더라도 검체를 처리하는 병원이나 검사실마다 사용하는 염색 시약의 종류와 농도 그리고 염색 시간이 조금씩 달라 완성된 슬라이드의 색조와 대비가 기관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염색 편차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 기관의 염색 방식에만 익숙해진 인공지능은 다른 기관에서 만들어진 검체 이미지 앞에서는 색상의 차이를 실제 조직의 이상으로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일으킬 수 있어 여러 기관의 다양한 염색 결과를 폭넓게 학습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부 진단에서는 특정 유형의 세포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를 정확히 헤아리는 일 자체가 진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라벨링 작업은 세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정밀함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정밀한 계수 작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세포 수를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 진단에서 처음부터 잘못된 기준값이 만들어져 이후 모든 분석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검체에서 이상 세포는 정상 세포에 비해 극히 적은 비율로 나타나기 때문에 방대한 정상 조직 이미지 속에서 소수의 이상 세포를 찾아내는 일은 매우 불균형한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는 어려움을 동반하며 이 때문에 이상 세포가 포함된 조각을 의도적으로 더 많이 수집하고 반복적으로 학습에 반영하는 별도의 전략이 함께 필요합니다. 흔한 정상 소견에 데이터가 치우치면 정작 놓치지 말아야 할 드문 이상 소견 앞에서 인공지능의 판단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검체를 두고도 병리 전문가마다 이상 세포로 판단하는 기준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어 여러 전문가의 판독 결과를 비교하고 의견이 갈리는 지점을 별도로 논의해 하나의 통일된 라벨링 기준으로 조율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율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라벨링 자체는 완료되었더라도 그 기준이 전문가 사이에 일관되지 않아 데이터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현미경 아래 놓인 검체는 확대될수록 더 많은 세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드러냅니다. 그 방대한 화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피는 라벨링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던 세포 단위의 진실을 데이터로 옮겨 담아 진단의 근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