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여권과 비자만 챙기면 충분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국경을 넘는 순간마다 요구받는 신원확인의 방식은 나라마다 크게 다릅니다. 유럽연합은 여러 나라에서 입출국 등록 시스템을 도입해 한국인을 포함한 비유럽 여행객이 처음 입국할 때 공항 키오스크에서 얼굴 사진과 지문을 함께 등록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이렇게 한 번 등록된 정보는 이후 동일한 여권으로 재입국할 때 자동으로 인식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예전에는 여권에 도장을 찍어 체류 일수를 확인하던 방식이 이제는 생체정보를 기준으로 자동 기록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해외여행객이 공항에서 마주하는 eKYC 신원확인은 더 이상 목적국 하나의 사정을 넘어 여행하는 대륙 전체의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문제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 절차는 최초 입국 시에만 거치면 되고 이후에는 동일한 여권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처음 한 번의 등록이 이후 여러 차례의 방문을 좌우하는 중요한 순간이 됩니다.

얼굴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 자동화 게이트와 달리 지문까지 함께 요구하는 방식은 국가에 따라 사전 등록이 필요한 경우와 필요하지 않은 경우로 나뉘어 있어 여행객은 방문하려는 국가가 어느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지를 출발 전에 미리 확인해야 낯선 공항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대륙 안에서도 나라마다 요구하는 절차가 다를 수 있어 여러 국가를 함께 여행하는 일정이라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국가별로 각각 점검해 두어야 합니다.

미국은 무비자로 입국하는 여행객을 포함해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거의 모든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만 14세 이상인 외국인은 정상적인 절차로 입국하는 순간 생체정보 등록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장기간 체류하는 동안 나이가 새롭게 14세가 되는 동반 자녀가 있다면 별도의 재등록 절차를 챙겨야 한다는 점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놓치기 쉬운 부분으로 꼽힙니다.

한 번 등록된 생체정보는 해당 국가나 지역의 시스템 안에서 여러 해에 걸쳐 보관되며 재입국할 때마다 새로운 등록 없이 자동으로 인식되는 만큼 여행객 입장에서는 그 정보가 실제로 얼마나 오래 남아 있고 어떤 목적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나라를 자주 오가는 여행객일수록 자신의 생체정보가 여러 국가의 시스템에 흩어져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각국이 제공하는 정보 열람이나 삭제 절차를 필요할 때 확인해 두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는 내국인의 얼굴이나 지문 같은 생체정보를 출입국 과정에서 수집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한국인이 자국 공항을 통해 출국하거나 입국할 때는 여권을 확인하는 것 외에 별도의 생체정보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이는 해외에서 한국인이 마주하는 촘촘한 생체정보 수집 절차와는 정반대의 원칙이 자국 안에서는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시작되는 확인 절차와 별개로 여러 국가는 출발 전 온라인으로 미리 입국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는 전자여행허가나 전자입국신고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이러한 사전 절차를 미리 마쳐두면 공항 현장에서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전 등록은 생체정보를 요구하는 현장 절차를 대체하기보다 그 이전 단계에서 신원과 여행 정보를 미리 확인받는 별도의 절차라는 점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