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의사를 자필서명으로 확인하도록 정해져 있어 전자적인 방식의 본인확인은 이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만 인정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계좌를 개설할 때부터 비대면 확인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은행권과 달리 보험업에서는 서명이라는 오래된 방식이 여전히 기본값이며 얼굴본인인증을 포함한 전자적 확인 수단은 그 기본값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별도로 인정받아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 때문에 보험사가 eKYC 컴플라이언스 점검 리스트를 구축할 때는 단순히 확인 절차가 이루어졌는지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 그 절차가 자필서명을 대체할 수 있는 예외 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계약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얼굴본인인증 기술을 갖추었더라도 자필서명을 생략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는 점을 점검 리스트의 첫 줄에 명확히 표시해 두어야 합니다.

전화와 구분되는 영상과 음성을 함께 주고받는 화상장치를 이용해 보험을 모집하려는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직접 구축한 화상장치를 이용해야 한다는 요건이 별도로 정해져 있어 외부 업체가 제공하는 범용 화상통화 서비스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방식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점검 리스트에는 사용 중인 화상장치가 자사 명의로 구축된 시스템인지를 확인하는 항목이 별도로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다른 금융 업권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보험업 특유의 점검 지점입니다.
전화나 화상을 통한 모집에서는 청약 내용에 대한 답변과 확인 내용을 음성으로 녹음하거나 전자문서로 저장해 증거자료로 확보하고 유지해야 하는 별도의 절차가 함께 요구됩니다.
이 절차가 누락되면 얼굴본인인증으로 신원 확인은 마쳤더라도 계약 체결 과정 자체의 적법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남지 않게 되어 이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나 고령의 계약자가 관련된 보험 계약에서는 일반 성인 계약자보다 계약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한층 강화되어야 하며 얼굴본인인증만으로 신원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곧 계약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점검 리스트에 별도로 명시해 두어야 합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 여부와 실제 계약 내용을 이해했는지에 대한 확인은 신원확인과는 구분되는 별개의 절차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자금세탁방지 관련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가 비대면 창구를 통해 신규 거래나 유지 거래를 진행할 때는 복수의 비대면 방식에 따른 이중확인이 선택 사항을 넘어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의무로 해석되고 있어 정해진 다섯 가지 방식 가운데 두 가지를 반드시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은행권에서는 상황에 따라 이중확인의 적용 여부가 조정될 여지가 있는 것과 달리 보험사의 비대면 거래에서는 이 의무가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보는 해석이 나와 있어 점검 리스트에서 가장 엄격하게 확인해야 할 항목으로 다루어집니다.
전화나 컴퓨터통신 등 통신수단을 이용한 모집만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는 일반 보험사와 달리 모집 비율을 별도로 산정해 관리해야 하고 안정적인 통신시스템 운영을 위한 전산설비 요건까지 함께 갖추어야 하므로 이러한 보험사의 점검 리스트에는 일반 보험사에는 없는 항목이 추가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통신판매 비중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이 부분의 점검 밀도를 높여야 규제 위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보험사의 eKYC 컴플라이언스 점검 리스트는 은행권의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옮겨와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은행권 리스트는 비대면 확인이 이미 표준으로 인정된 상태에서 그 확인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보험사의 리스트는 애초에 비대면 확인이 자필서명을 대체할 수 있는 예외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가려내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출발점의 차이를 놓친 채 만들어진 점검 리스트는 겉보기에는 촘촘해 보여도 정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관문을 비워둔 채 나머지만 채운 것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