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으로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이 마주하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학습에 사용되는 사진 대부분이 통제된 병원 촬영실을 벗어나 환자 각자의 집이나 사무실처럼 제각각인 환경에서 스스로 촬영된다는 점입니다. 병원에서는 표준화된 조명과 거리, 각도를 갖춘 장비로 피부 병변을 촬영하지만 원격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스로 병변을 촬영해 전송하기 때문입니다.
조명의 밝기와 색온도 및 고 초점과 거리감이 사진마다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학습데이터 역시 이러한 통제되지 않은 촬영 환경을 폭넓게 반영해야 실제 서비스 상황에서 유용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정갈한 사진만으로 학습된 인공지능은 실제 환자가 보내오는 들쭉날쭉한 사진 앞에서 제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원격진료 피부질환 진단 데이터는 임상 현장의 정제된 이미지를 넘어 환자가 실제로 촬영하는 방식과 환경의 다양성 자체를 학습 대상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변수들을 충분히 반영한 데이터가 갖추어져 있어야 인공지능이 이상적인 촬영 환경이 아니더라도 진단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놓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사진이 처음부터 진단에 활용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품질을 갖추는 것은 아니어서 인공지능이 사진의 품질 자체를 먼저 판별해 초점이 심하게 흔들렸거나 병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재촬영을 안내하는 기능도 함께 갖추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진단용 데이터와는 별도로 사진 품질 자체를 판별하는 학습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진단에 앞서 좋은 사진을 확보하도록 돕는 이 사전 단계가 부실하면 이후 아무리 정교한 진단 모델을 갖추어도 그 성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피부질환은 피부색에 따라 병변의 색조와 대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특정 피부색에 치우친 데이터로 학습된 인공지능은 다른 피부색을 지닌 환자의 병변을 정확히 판별하지 못하는 불균형한 성능을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밝은 피부색에서는 뚜렷하게 보이던 발적이나 색소침착이 어두운 피부색에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여러 피부색에 걸쳐 고르게 수집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은 진단의 정확도는 물론 공정성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대면 진료에서는 의사가 병변을 직접 만져 그 질감과 온도 그리고 융기된 정도를 함께 확인하지만 사진 한 장에 의존하는 원격진료는 이러한 촉각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어 오직 시각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습데이터를 구축할 때는 실제로 만져보지 않고도 시각 정보만으로 판별 가능한 질환과 촉진이 반드시 필요해 원격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질환을 구분해 두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성적인 피부질환은 하루아침에 진단이 끝나지 않고 며칠에서 몇 주에 걸친 변화 양상을 함께 살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흐름을 데이터에 담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담은 데이터가 갖추어져야 인공지능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병의 진행 양상까지 참고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실제로 원격진료에서 오진으로 판명된 사례가 발견되면 그 사진이 지녔던 촬영 조건이나 병변의 특징을 되짚어 어떤 부분이 판단을 어렵게 만들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다시 학습데이터에 반영하는 순환적인 개선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되짚기 과정은 특히 사진 품질이나 피부색처럼 앞서 언급한 취약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오류를 찾아내는 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의사와 환자가 마주 앉지 않고도 진료가 이루어지는 이 새로운 방식에서, 사진 한 장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역할을 떠맡고 있습니다. 흔들린 초점과 낯선 조명 그리고 저마다 다른 피부색 속에서도 병의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려는 데이터 작업은 손을 대지 않고도 사람을 정확히 살피려는 시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