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제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주요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부터 온라인 쇼핑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외국인 이용자도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한 본인인증 절차는 대부분 내국인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각종 간편결제들이 본인 명의 휴대폰 SIM 절차를 도입하면서 타인 명의 이용자나 휴대전화 인증이 어려운 이용자는 이용에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 이용자는 이 구조적 문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집단입니다.
간편결제 가입 시 요구되는 본인인증은 대부분 국내 이동통신사에 등록된 본인 명의 휴대폰을 기반으로 합니다. 네이버페이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진행해야 하며, 토스는 아예 내 명의 본인인증을 필수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사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은 이 방식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외국인등록증을 보유한 장기 체류 외국인도 통신사 등록 정보와 앱에 입력한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인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름 표기 방식이 서류마다 다를 경우 특히 오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단기 체류자나 여행객의 경우 국내 통신사 가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가입 첫 단계부터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간편결제 서비스 운영자가 본인인증을 강화하는 데에는 법적 배경이 있습니다. 2024년 9월 15일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선불업자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와 고객확인제도(KYC)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외국인 이용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외국인 및 외국단체의 경우 성명, 국적, 국내 거소 또는 사무소 소재지 등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특정금융정보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간편결제 사업자 입장에서는 외국인 이용자에 대한 신원 확인 의무가 법적으로 부과되어 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인증 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택이 아닌 법적 요건입니다.
외국인 간편결제 가입 인증 가능 여부는 체류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결제 편의 제고 방안으로 해외 간편결제 앱 연동 방식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로페이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18개국, 21개 은행, 40개 앱과 연동되어 외국인이 자국 간편결제 앱으로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외국인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입니다. 그러나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에 직접 가입해 사용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으며, 포인트 적립, 멤버십 연동, 쿠폰 사용 등 부가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별도 가입 인증이 필요합니다.
신형 및 구형 외국인등록증, 여권 구권 및 신권 등 국내에서 활용하는 모든 신분증에 대한 OCR 인식과, 신분증 진위확인 연계를 통한 비대면 본인확인 시스템 구축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간편결제 사업자가 eKYC 솔루션을 도입하면 외국인 이용자가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직접 촬영해 인증을 완료하는 흐름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국내 통신사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작동하므로 단기 체류자에게도 적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객확인의무 대상인 경우 비대면 본인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eKYC 솔루션 도입이나 휴대폰 본인확인과 같은 인증 수단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적 의무 이행 수단으로도 eKYC 방식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 가입에는 본인인증과 함께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과 재외국민 고객들은 비대면 실명확인을 지원하는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있더라도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이용한 비대면 실명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으며, 진위확인 시스템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간편결제의 편의성이라는 본래 목적과 상충되는 지점입니다. 비대면으로 가입과 인증이 완결되어야 하는 서비스에서 외국인만 오프라인 방문을 요구받는 구조는 이용자 경험의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법무부는 2025년 1월 10일부터 본인 명의 스마트폰을 소지한 14세 이상 등록외국인을 대상으로 모바일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시작하였으며, 금융당국은 앞으로 더 많은 금융회사에서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모바일 신분증이 향후 간편결제 가입 인증 수단으로까지 연동될 수 있다면 장기 체류 외국인의 인증 접근성은 개선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은행 일부에서 계좌 개설 등에 활용되는 단계이며,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직접 연동은 각 운영사의 시스템 정비와 당국의 가이드라인 확립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간편결제 사업자 입장에서 외국인 본인인증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습니다.
간편결제는 본래 결제 절차를 최대한 줄이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외국인 이용자가 가입 단계에서 내국인과 다른 구조적 제약을 마주한다면 그 본래 목적과 거리가 있습니다. 법적 의무인 KYC 이행과 이용자 편의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방향으로 외국인 본인인증 체계가 정비될 때, 간편결제 서비스는 국내외 이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열려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