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금세탁방지 의무는 아직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2026년 9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비금융업종 단계적 의무 부과 계획에 변호사가 포함된 단계입니다. 지금 국내에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는 비금융사업자는 카지노뿐이며, 변호사에게 고객확인이나 의심거래 보고 의무가 생기려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글은 변호사와 법무법인 사무장이 우리도 대상이 되는지, 어떤 업무가 해당되는지 미리 판단할 수 있도록 추진 현황과 국제 기준을 정리합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중개업, 귀금속 판매업,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5개 업종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업종별로 언제부터, 어떤 업무에 적용할지는 법 개정 과정에서 정해지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습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한국 상호평가가 2028년 3월 시작됩니다. 지난 평가에서 카지노를 제외한 비금융사업자에게 의무가 없는 점이 개선 과제로 지적되었기 때문에, 변호사를 포함한 전문직 의무 도입은 이번 평가를 앞둔 주요 과제로 꼽힙니다.
변호사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에도 변호사를 포함한 전문직을 의무 대상에 넣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변호사 업계는 의뢰인 정보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를 당국에 알리는 의무가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그리고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와 충돌한다고 반대했습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원칙과 보고 의무를 어떻게 함께 둘지가 가장 큰 쟁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2028년 상호평가라는 일정이 정해져 있고, 정부가 대응단을 꾸려 비금융업종 전체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다만 비밀유지와의 관계라는 쟁점은 그대로 남아 있어, 대상 업무 범위와 보고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가 이번에도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이미 변호사가 부동산 거래, 자금 관리, 법인 설립 같은 업무에 관여할 때 고객확인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소송이나 일반 법률 자문은 대상에서 빼고, 비밀유지가 적용되는 정보는 보고 의무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두 원칙을 함께 두고 있어 국내 논의에서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FATF 권고 22는 변호사가 고객을 위해 아래 다섯 가지 업무를 준비하거나 실행할 때만 고객확인과 기록 보관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 전체가 아니라 업무 단위로 대상이 정해지는 구조입니다.

공통점은 변호사가 의뢰인의 돈이나 자산이 움직이는 거래에 직접 관여한다는 점입니다. 자금세탁에 쓰이는 돈이 부동산이나 법인 지분으로 바뀌는 길목에 변호사가 있기 때문에 이 업무들을 대상으로 정한 것입니다.
소송 대리, 일반 법률 상담, 계약서 검토만 하는 경우는 위 목록에 없어 FATF 기준상 대상이 아닙니다. 같은 의뢰인이라도 소송과 부동산 매매 대리를 함께 맡으면 매매 대리 업무에서만 고객확인이 필요하므로, 업무별로 대상 여부를 나눠 관리해야 합니다.
대상 업무를 맡으면 의뢰인이 누구인지, 의뢰인 뒤에 실제로 누가 있는지, 거래 자금이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개인 의뢰인은 신분증으로 본인을 확인하고, 대리인을 통해 사건을 맡기면 대리인 신원과 위임 관계를 함께 확인합니다. 상담과 계약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신분증 촬영본의 진위와 의뢰인 본인 여부를 비대면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법인 의뢰인은 사업자 정보와 대표자를 확인하고, 지분 구조를 따라가 법인을 실제로 지배하는 개인인 실소유자를 파악합니다. 법인 설립이나 사업체 매매 업무는 실소유자를 가리는 데 쓰일 수 있어 특히 꼼꼼히 확인하는 영역입니다. 주주명부, 정관, 법인 등기사항증명서를 받아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의뢰인을 직접 만나지 않는 상담이 늘면서, 신분증이 진짜인지와 화면 앞의 사람이 신분증 주인인지를 함께 확인하는 일이 고객확인의 첫 단계가 됩니다. 알체라 eKYC는 의뢰인이 촬영한 신분증을 OCR로 읽고 진위확인과 사본판별을 거친 뒤, 신분증 사진과 의뢰인 얼굴을 대조해 본인 여부를 확인합니다. 법인 의뢰인은 알체라 eKYB로 사업자 진위와 휴·폐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 개정 전이라 의무는 없지만, 대상 업무가 있는 사무소라면 지금 업무 방식을 점검해 두는 것만으로도 시행 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사건을 받을 때 FATF 5가지 업무에 해당하는지 표시하는 항목을 접수 서류에 넣어 둡니다. 나중에 어떤 사건에 고객확인을 했는지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맡을 변호사나 사무장을 정하고, 의뢰인 확인 결과와 거래 자료를 사건 기록과 함께 남기는 방식을 정합니다. FATF는 이런 기록을 최소 5년 보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뢰인 돈을 잠시 맡아 두었다가 지급하는 업무가 있다면,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고 기록하는 절차를 먼저 갖춥니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맡는 것은 의무 시행 전에도 위험이 큰 업무입니다.
FATF 기준도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를 고려해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국내 기준을 만들 때 이 예외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FATF 권고 23의 해설은 변호사가 직무상 비밀유지나 변호인 특권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얻은 정보에 대해서는 의심거래 보고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보가 이 범위에 들어가는지는 각국이 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송 수행이나 법률 자문 과정에서 의뢰인에게 들은 내용은 보호 대상으로 보고, 의뢰인을 대신해 돈을 옮기는 거래 정보는 보고 대상으로 보는 식으로 구분합니다.

FATF는 변호사가 의심거래를 정부 기관에 직접 보고하지 않고 변호사 단체 같은 자율 규제 기관을 거쳐 보고하는 방식도 허용합니다. 국내에서 이 방식을 택할지는 앞으로 정해질 부분입니다. 협회를 거치면 변호사 업계의 비밀유지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대신, 협회가 보고를 받고 검토할 체계를 따로 갖춰야 합니다.
의심거래 보고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리는 것은 금지되지만,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불법 행위를 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보고 사실 누설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FATF 해설에 들어 있습니다.
